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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기본 — 큰 곳, 급한 곳, 벌림의 폭

초반 30수는 어디에 둬도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어렵습니다. 정석이 귀 안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이라면, 포석은 판 전체를 어떻게 나눌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바둑 초중급 · 읽는 데 약 9분

포석이란 무엇을 정하는 일인가

초반에 놓는 돌은 그 자리에서 집을 만들지 않습니다. 나중에 집이 될 자리를 예약할 뿐입니다. 그래서 초반의 한 수가 몇 집인지 세는 것은 의미가 없고, 대신 "이 돌이 판 전체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를 봐야 합니다.

포석에서 판단해야 할 것은 결국 세 가지입니다.

정석 입문에서 "귀 → 변 → 중앙" 순서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순서를 아는 다음 단계가 이 글입니다.

큰 곳과 급한 곳

바둑 격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큰 곳보다 급한 곳"입니다. 그런데 초보자에게는 둘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큰 곳

두면 집이 크게 늘어나는 자리입니다. 대개 아무도 손대지 않은 넓은 변입니다. 이미 정리가 끝난 자리에 한 수 더 보태는 것보다, 텅 빈 변에 한 수 놓는 쪽이 훨씬 큽니다.

초반에 어디가 큰지 모르겠다면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양쪽이 다 열려 있는 변이 가장 큽니다. 한쪽이 이미 상대 돌로 막혀 있으면 그만큼 가치가 줄어듭니다.

급한 곳

두지 않으면 손해가 나는 자리입니다. 크기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구분하는 요령. "내가 여기를 안 두면 상대가 여기를 둘까?"를 물어보세요. 상대도 두고 싶어 하는 자리면 큰 곳입니다. "내가 여기를 안 두면 내 돌이 위험해지나?"에 그렇다면 급한 곳입니다. 급한 곳이 있으면 아무리 큰 곳이 있어도 급한 곳이 먼저입니다.

벌림의 폭 — 몇 칸을 뛸 것인가

변에 돌을 놓을 때 기존 내 돌에서 몇 칸 떨어뜨릴지가 늘 고민입니다. 여기에는 꽤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돌 하나에서는 두 칸, 돌 둘에서는 세 칸. 벽이 되어주는 내 돌의 수보다 한 칸 더 벌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 폭이면 상대가 사이로 뛰어들어도 잡히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더 벌리면 어떻게 될까요. 효율은 좋아지지만 사이가 끊어질 위험이 생깁니다. 상대가 중간에 들어와 양쪽을 갈라놓으면 약한 돌이 둘로 늘어납니다. 덜 벌리면 안전하지만 그만큼 손해입니다. 같은 돌 수로 더 넓게 차지할 수 있었는데 좁게 쓴 셈이니까요.

초·중급에서는 기본 폭을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넓게 벌려 놓고 끊겨서 쫓기는 손해가, 좁게 벌려 몇 집 덜 버는 손해보다 훨씬 큽니다.

근거라는 개념

벌림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집이 아니라 근거입니다. 근거란 그 돌이 스스로 두 눈을 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근거가 있는 돌은 공격당해도 그 자리에서 살아버리면 그만입니다. 근거가 없는 돌은 중앙으로 도망쳐야 하고, 도망치는 동안 상대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굳힙니다. 쫓기는 쪽은 집을 못 짓고 쫓는 쪽은 집이 생깁니다. 초·중급 대국에서 판이 기우는 가장 흔한 경로입니다.

그래서 상대를 공격할 때도 잡으려고 덤비기보다 근거를 빼앗는 수가 좋습니다. 잡히지 않아도 쫓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득입니다.

갈라치기 — 넓은 변을 나누는 법

상대가 한쪽 변을 넓게 차지하려 할 때, 그 변의 가운데에 뛰어드는 수를 갈라치기라고 합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가운데 두면 상대가 어느 쪽에서 공격해와도 반대쪽으로 벌려서 안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왼쪽에서 다가오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다가오면 왼쪽으로 벌리면 됩니다. 양쪽으로 벌릴 자리가 남아 있는 위치가 갈라치기의 요령입니다.

반대로 내가 변을 차지하고 싶다면, 상대가 갈라칠 만한 폭이 남지 않도록 미리 좁혀두어야 합니다.

세력과 실리 — 어느 쪽이 좋은가

초반의 교환은 대개 한쪽이 실리를 갖고 다른 쪽이 세력을 갖는 형태로 끝납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 묻는 질문이 흔한데, 정답은 "그때그때 다르다"입니다.

실리

지금 눈에 보이는 집입니다. 확실하고 계산이 쉽습니다. 대신 그 이상 늘어나지 않습니다.

세력

바깥을 향한 두터운 벽입니다. 그 자체로는 한 집도 아닙니다. 초보자가 가장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세력은 집이 아니라 "앞으로 집을 만들거나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잠재력"입니다.

세력이 값어치를 하려면 써먹어야 합니다. 쓰는 방법은 둘입니다.

세력을 못 쓰면 그냥 손해입니다. 두터운 벽을 만들어 놓고 그 앞을 상대에게 내주면, 실리를 준 대가로 아무것도 못 얻은 것이 됩니다. 세력 앞이 비어 있는 동안에는 그쪽이 가장 급한 곳입니다.

또 하나 자주 하는 실수가 세력 근처에서 집을 지으려 드는 것입니다. "세력은 집을 짓는 데 쓰지 말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두터운 벽 바로 앞에 집을 지으면 돌이 겹쳐서 효율이 떨어집니다. 세력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영향을 미치게 두고, 그 사이 넓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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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흔히 하는 실수

상대를 따라다닌다

상대가 두는 곳 옆에 계속 응수하는 것입니다. 매번 받다 보면 판 전체에서는 늘 한 수씩 뒤처집니다. 상대 수가 안 받아도 되는 수라면 손을 빼고 큰 곳으로 가야 합니다.

한 곳에 돌을 몰아넣는다

이미 안정된 자리에 계속 보태는 습관입니다. 돌은 튼튼해지지만 효율이 떨어집니다. 안전한 돌 옆에 한 수 더 두는 것보다 빈 변에 놓는 한 수가 대개 훨씬 큽니다.

초반부터 무리하게 잡으러 간다

초반에는 아직 서로 약한 돌이 많아서 무리한 공격이 역습으로 돌아오기 쉽습니다. 잡으려 하지 말고 쫓으면서 이득을 챙기는 쪽이 안전합니다. 이 주제는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 8가지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정리 — 초반 판단의 순서

  1. 내 돌 중에 위험한 것이 있는가. 있으면 그것부터 — 급한 곳입니다.
  2. 상대 돌 중에 약한 것이 있는가. 있으면 공격할 자리를 봅니다. 잡는 것이 아니라 쫓는 것이 목적입니다.
  3. 둘 다 없으면 가장 넓은 곳으로. 양쪽이 열린 변이 우선입니다.
  4. 벌릴 때는 폭을 지킵니다. 돌 하나면 두 칸, 둘이면 세 칸.

이 순서만 지켜도 초반에 크게 밀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포석은 감각의 영역이라 단번에 늘지 않지만, 판단의 순서를 갖고 있는 것과 매번 즉흥적으로 두는 것은 결과가 많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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