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잡는 기술 — 축, 장문, 환격, 촉촉수
초보 대국에서 가장 흔한 장면은 단수를 계속 치면서 상대를 쫓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수만으로는 대개 못 잡습니다. 도망가는 돌은 활로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왜 단수만으로는 못 잡는가
단수는 활로가 하나 남은 상태입니다. 상대는 도망칠 수 있습니다. 한 칸 뻗으면 돌이 둘이 되고 활로는 다시 셋으로 늘어납니다. 또 단수를 치면 또 뻗고, 이 과정이 반복됩니다.
문제는 이 추격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쫓는 쪽도 매번 한 수씩 쓰는데, 그 돌들이 제대로 된 모양을 이루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결국 상대는 도망쳐 살고 나는 쓸모없는 돌만 잔뜩 남습니다.
그래서 돌을 잡으려면 도망칠 길을 미리 막는 수법이 필요합니다. 그 대표가 축과 장문입니다.
축 — 계속 단수를 치며 몰아가기
축은 상대가 도망칠 때마다 단수 상태를 유지하도록 비스듬히 몰아가는 수법입니다. 상대 돌은 계속 활로가 하나뿐인 채로 판 끝까지 끌려가다가 결국 잡힙니다.
요령은 도망가는 방향의 앞쪽을 막는 것입니다. 상대가 뻗으면 그 뻗은 방향 앞을 막고, 또 뻗으면 또 막습니다. 이 모양이 계단처럼 대각선으로 이어집니다.
축이 성립하면 상대는 도망칠수록 손해입니다. 잡힐 돌에 계속 돌을 보태는 셈이니까요. 축에 걸린 돌은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니다.
축머리 — 축을 무너뜨리는 한 수
축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계단이 뻗어가는 진행 방향에 상대 돌이 하나라도 있으면 축이 깨집니다.
그 자리에 돌이 있으면 몰려가던 돌이 그 돌과 연결되면서 활로가 늘어나고, 축을 몰던 쪽이 오히려 여기저기 끊긴 약한 돌 투성이가 됩니다. 축이 깨지면 그때까지 몰던 수가 전부 손해가 되므로 피해가 큽니다.
이 자리에 미리 돌을 놓아 축을 무력화하는 수를 축머리라고 합니다. 상대가 축머리를 두면, 축으로 잡으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합니다.
축은 반드시 끝까지 세어보고 시작해야 합니다. 판 반대편 구석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지므로, 그 선 위에 상대 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축이 되는 줄 알았는데 안 됐다"가 초·중급에서 판이 뒤집히는 대표적인 사고입니다.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 8가지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장문 — 그물을 씌우듯 가두기
축이 안 될 때 쓰는 수법이 장문입니다. 단수를 치지 않고, 도망칠 공간 바깥에 한 수를 놓아 그물처럼 가둡니다.
장문의 장점은 축머리와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아무리 먼 곳에 돌을 놓아도 갇힌 돌은 그대로 갇혀 있습니다. 축이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검토해야 할 수법입니다.
대신 장문은 축보다 잡는 범위가 좁고, 갇힌 돌이 나중에 패나 다른 수단으로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축이 안 되는 자리라면 장문이 확실한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초·중급에서 실력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축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 포기하는 사람과 장문을 떠올리는 사람이 갈립니다.
환격 — 일부러 하나를 내주고 되잡기
환격은 이름 그대로 돌려서 잡는 수법입니다. 내 돌 하나를 상대가 따내게 놔두고, 따낸 직후 생긴 빈자리에 다시 놓아 상대 전체를 잡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상대 모양이 어설프게 둘러싸여 있을 때, 그 안에 내 돌 하나를 던져 넣습니다. 상대가 그 돌을 따내면 상대 돌들의 활로가 오히려 하나로 줄어드는 모양이 됩니다. 그 자리에 다시 두면 전부 따낼 수 있습니다.
한 점을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점을 잡으니 이득입니다. 사활 문제에서도 자주 나오는 형태라 익혀두면 활용도가 높습니다.
촉촉수 — 단수를 연달아 쳐서 몰아가기
촉촉수는 상대가 이어도 계속 단수가 되는 모양을 이용합니다. 상대는 이을 때마다 활로가 늘지 않고, 결국 전체가 잡힙니다.
핵심은 상대가 이으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배치를 찾는 것입니다. 상대 돌이 두 방향에서 이미 막혀 있고 나갈 구멍이 하나뿐일 때 성립합니다.
축·장문과 달리 촉촉수는 알아보기가 조금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사활 문제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므로, 문제를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빈삼각 — 잡히기 쉬운 모양
지금까지가 잡는 법이었다면, 이번엔 잡히지 않는 법입니다.
돌 세 개가 직각으로 붙어 ㄱ 자를 이루는 모양을 빈삼각이라고 합니다. 바둑에서 가장 유명한 나쁜 모양입니다.
이유는 효율입니다. 돌 세 개를 썼는데 활로가 다섯 개뿐입니다. 같은 세 개를 일직선으로 놓으면 활로가 여덟 개입니다. 돌을 더 썼는데 더 약한 모양이 되는 것입니다.
초보자가 빈삼각을 만드는 이유는 대개 "끊길까 봐 불안해서"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한 칸 뛰거나 비스듬히 두는 것이 더 튼튼하면서 효율도 좋습니다. 빈삼각을 두려는 순간이 오면 한 번 멈추고 다른 수가 없는지 봐야 합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사활에서 눈을 만들거나 상대 눈을 부수기 위해 빈삼각이 유일한 수인 경우가 있습니다. "빈삼각은 무조건 나쁘다"가 아니라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피한다"가 정확합니다.
잡을까, 쫓을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돌은 잡는 것보다 쫓는 것이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 돌을 잡으려고 온 힘을 쏟다 보면 무리한 수가 나오고, 그 무리가 역습으로 돌아옵니다. 반면 잡히지 않을 정도로만 압박하면서 상대가 도망치는 동안 주변을 굳히면, 잡지 않고도 판이 유리해집니다.
쫓는 것의 이득은 이렇습니다.
- 상대는 도망치느라 집을 못 짓습니다
- 나는 쫓으면서 자연스럽게 세력이나 집이 생깁니다
- 무리하지 않으니 역습당할 일이 없습니다
물론 확실히 잡히는 돌은 잡으면 됩니다. 축이 성립하는지, 장문이 되는지 먼저 확인하고, 안 되면 쫓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순서입니다.
정리
- 단수만 쫓지 않습니다. 도망가는 돌은 활로가 계속 늘어납니다.
- 축은 끝까지 세어봅니다. 진행 방향에 상대 돌이 있으면 깨집니다.
- 축이 안 되면 장문을 봅니다. 축머리와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 빈삼각은 피합니다. 돌을 더 쓰고도 약해지는 모양입니다.
- 확실하지 않으면 쫓습니다. 잡으려는 무리가 가장 큰 손해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