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바둑 두는 법 — 치수와 흑백의 요령
바둑에는 다른 종목에 없는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실력 차가 아무리 커도 미리 돌을 깔면 대등한 승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접바둑입니다.
접바둑이란
실력이 낮은 쪽이 흑을 잡고, 대국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화점에 돌을 몇 개 놓고 시작합니다. 그다음 백이 첫 수를 둡니다. 미리 놓는 돌의 개수를 치수라고 합니다.
돌을 미리 깔았으므로 흑이 유리한 상태에서 출발합니다. 그 유리함이 실력 차와 맞아떨어지면 승률이 반반이 됩니다. 프로와 입문자가 같은 판에서 진지하게 겨룰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접바둑에서는 덤이 없습니다. 흑이 이미 돌을 깔고 시작했으니 추가로 얹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계가에서 동점이면 백이 이기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치수는 어떻게 정하는가
기준은 단순합니다. 기력 차이 한 급(또는 한 단)당 한 점입니다.
- 같은 실력 → 맞바둑(호선). 흑이 먼저 두고 백에게 덤을 줍니다.
- 한 급 차이 → 흑이 먼저 두되 덤 없음 (정선)
- 두 급 차이 → 두 점 접바둑
- 세 급 차이 → 세 점
이런 식으로 늘어납니다. 실전에서는 아홉 점까지 흔히 두고,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치수가 맞는지는 승률로 확인합니다. 한쪽이 계속 이기면 치수를 한 점 조정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돌 놓는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판에 찍힌 아홉 개의 점(화점)이 그 자리입니다. 두 점이면 마주 보는 두 귀, 세 점이면 세 귀, 네 점이면 네 귀에 놓습니다. 다섯 점부터는 가운데 천원이 들어갑니다.
흑(접힌 쪽)의 요령
돌을 깔고 시작하니 유리한데, 실제로 두다 보면 어느새 뒤집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 대신 무리하지도 않는다
흑은 이미 돌이 많습니다. 돌이 많은 쪽이 싸움에서 유리합니다. 그런데 초보자는 겁이 나서 자꾸 물러섭니다. 물러설수록 깔아둔 돌의 이점이 사라집니다.
반대로 무리해서 상대 돌을 다 잡으려 들면 역습을 당합니다. 요령은 튼튼하게 두면서 물러서지 않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간다
접바둑에서 백은 실력이 위입니다. 판이 복잡해질수록 백이 유리해집니다. 그러니 흑은 복잡한 변화를 피하고 단순하고 확실한 길을 택하는 것이 낫습니다.
어려운 정석을 시도하기보다 이어야 할 곳을 잇고 막아야 할 곳을 막는 평범한 수가 접바둑에서는 좋은 수입니다.
돌을 끊기지 않게 한다
백은 대개 흑 돌 사이를 갈라놓으려 합니다. 끊어서 흑을 여러 조각으로 만들면, 조각마다 약해져서 각개격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흑은 그 반대로 두면 됩니다. 돌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끊길 자리를 미리 잇습니다. 조금 느려 보여도 접바둑에서는 이 방향이 맞습니다.
집을 세는 습관
깔아둔 이점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려면 세어봐야 합니다. 중반에 한 번, 끝내기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대략 세어보면 지금 안전하게 가도 되는지 승부를 걸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세는 법은 끝내기 기초에서 다룹니다.
백(접어준 쪽)의 요령
백은 불리한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평범하게 두면 그대로 집니다.
판을 복잡하게 만든다
실력이 위인 쪽은 복잡한 판에서 유리합니다. 백은 변화가 많은 쪽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흑이 실수할 여지를 만드는 것이 백의 기본 전략입니다.
끊는다
흑 돌들을 갈라놓는 것이 백의 핵심입니다. 흑이 연결되면 백에게 승산이 없습니다. 끊을 자리를 찾아 흑을 여러 덩어리로 만들고, 그중 약한 것을 공격합니다.
서두르지 않는다
불리하다고 초반부터 무리하면 오히려 빨리 집니다. 차근차근 두면서 흑이 실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접바둑에서 백이 이기는 전형적인 경로는 흑의 대마가 잡히거나 흑이 무리하다 무너지는 경우입니다.
접바둑이 실력에 좋은 이유
접바둑은 단순히 승부를 맞추는 장치가 아닙니다. 배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 강한 상대와 둘 수 있습니다. 실력 차가 커도 대등한 판이 되니, 나보다 훨씬 잘 두는 사람과 진지하게 겨룰 수 있습니다.
- 공격받는 경험을 합니다. 백이 계속 끊고 공격해오므로 방어와 연결을 익히게 됩니다.
- 유리한 판을 지키는 법을 배웁니다. 초·중급에서 의외로 부족한 능력입니다. 이겨야 할 판을 어떻게 이기는지 몸으로 익힙니다.
반대로 실력이 위인 쪽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불리한 판을 뒤집는 연습이 되고, 무리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리는 감각이 늡니다.
접바둑에서 지지 않으려면 깔아둔 이점을 잃는 가장 흔한 이유는 대마가 잡히는 것입니다. 사활문제 1,989개를 난이도별로 무료 제공합니다.AI와 접바둑 두기
사람 상대가 없어도 접바둑 연습은 가능합니다. the baduk의 AI 대국은 난이도를 골라 시작할 수 있어서, 자기 실력보다 조금 위를 상대로 잡으면 접바둑과 비슷한 효과를 얻습니다.
AI와 둘 때의 장점은 같은 판을 몇 번이고 다시 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서 무너졌는지 확인하고, 그 자리로 돌아가 다른 수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두면 하기 어려운 연습입니다.
정리
- 치수는 기력 차 한 급당 한 점. 승률을 보고 조정하면 됩니다.
- 접바둑에는 덤이 없습니다.
- 흑은 단순하게, 연결해서, 물러서지 않고.
- 백은 복잡하게, 끊어서, 서두르지 않고.
- 중간에 한 번은 세어봅니다. 이점이 남아 있는지 알아야 방침이 섭니다.